노란 글자 광장 – 베를린 주립 미술관

노란 글자로만 이루어진 외부공간으로 화제가 된 베를린 주립미술관은 베를린의 공공 갤러리 중에선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1975년 개인 수집품에서 출발했다. 2003년 베를린 주에서 컬렉션을 넘겨 받았고 이를 전시하기 위해 일년만에 새건물을 지어 2004년 주립미술관이 되어 문을 열었다. 본래 유리제조회사의 대형 창고였던 것을 개조한 것으로서 약 4,600 평방미터의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회화, 그래픽, 조각품, 멀티미디어…

모네의 초기 정원과 초원의 꿈에 대하여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을 창시한 클로드 모네 Claude Oscar Monet (1840-1926)는 “그림과 정원”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고흐나 고갱처럼 방황하지 않고 처음부터 풍경화가가 되기를 원했고 풍경화가가 되었다.  마치 직장인들이 출퇴근 하듯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아틀리에 혹은 야외로 출근하여 그림을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 고지식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가 남겨놓은 엄청난 숫자의 풍경과 정원…

“장미 황후” 조제핀과 노예제도

프랑스 황후에게 인도주의적 양심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대리석 같은 미모로 천하의 나폴레옹을 사로잡았던 여인,  사치와 낭비가 심하여 아들에게 산더미 같은 빚을 물려준 어머니[1]조제핀은 후세를 낳지 못하여 결국 이혼당하지만 첫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과 딸이 있었다.. 노예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 뿐 아니라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이미 폐지된 노예제도를 되살리게 한 인물[2]Novy 2013. 그럼에도 백성들은 그녀를 “장미…

마리 앙투와네트와 장미 그리고 세 명의 화가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작은 장미 부케를 들고 있는 초상화가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 (Élisabeth Vigée-Le Brun, 1755 – 1842)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당시 드물게 보던 여류화가였다. 재주가 출중하여 프랑스 왕실 화가로 일하며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의 총애를 받았었다. 그녀가 그린 왕비와 왕실 가족들의 초상화가 여러 점 전해진다. 그 중…

파에스툼의 장미

시인이 던진 세 글자가 얼마나 크고 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고대 로마의 시성 베르길리우스가 쓴  농경시 Georgica 중 한 구절이 바로 그 케이스다.  그는 파에스툼의 정원에서 자라는 장미를 칭송했다. 일년에 두 번씩 꽃이 핀다면서. “biferique rosaria Paesti” [1]Vergilius, Georgica, 8장 4절 119행 .  이 세 글자는 이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파에스툼의 장미를 찾아서 이리…

장미는 장미는 장미는 장미다.

미국의 여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 Gertrude Stein (1874-1946)의 유명한 문장이다. 1913년에 짓고 1922년에 발표한 “신성한 에밀리 Sacred Emily”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고대로부터 시인과 문장가들이 장미에 대해 수없는 글을 남겼지만 거트루드 스타인의 “장미는 장미는 장미는 장미다.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 만큼 유명한 것은 없지 싶다. 무슨 뜻일까. 나 역시 고민해…

공중정원의 비밀

 “바빌론 공중정원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평생 메소포타미아 문화를 연구한 스테파니 데일리Stephanie Dalley 박사가 쓴 책이다.  2013년도에 출판되었으니 공중정원에 대한 가장 최신 연구결과이다. 드디어 공중정원의 비밀을 제대로 밝혀낸 책이 나왔다는 흥분감에 거금을 주고 구입. 바로 읽기 시작했으나 – 아직 오리무중 속을 헤매고 있다. 서문의 첫 단락은 매우 흥미로웠다. 아주 오래 전, 대학에서 강의 중에 공중정원에…

황금 당나귀와 마술 피리

드디어 “황금당나귀”를 읽었다. 포복절도하면서 읽었다. 첫 단락부터 빠져들었는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마치 그리스판 수호지를 읽는 것 같았다. 내친 김에 검색해보니 수호지는 14세기 명나라 초기의 작품이라고 한다. 훨씬 오래 된 작품이 아니었을까 기대했었는데. 황금당나귀는 서기 180-190년도 사이에 집필되었다. 원본이 온전히 전해지는 인류 최초의 소설이란다. 작가 아풀레이우스가 대단한 문장가라는 이야기는 얼핏 들은 적이 있었으나 이 정도일…

파티션에 대한 기억과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첫 장면, 에른스트 크라머의 시인의 정원 – 에 이미 피라미드가 등장했었다. 풍경화식 정원의 퓌클러 공의 묘도 피라미드 모양으로 축조되었다. 그럼에도 여태 피라미드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왔다. 피라미드 얘기를 시작하면 이집트로 귀결될 것이므로 이집트 순서가 오면 그 때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사실 피라미드에 얽힌 그 많은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갈지도 난감했다. 피라미드와의 씨름은 피하고 싶은 쓴 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