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 칼 푀르스터와 이집트 정원

파라다이스에서 왜 쫓겨난 줄 알아? 얼마 전에 독일 동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네? 칼 푀르스터가 꽃에 대해서만 얘기했냐고요? 혹시 나무에 대해서도 뭔가 얘기한 것이 없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아~ 물론 있지요. 오래 된 나무에 대해서 쓴 글도 있고 숲에 대해서 쓴 것도 있고요. 그런데 일화가 하나 있기는 한데. 말년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답니다. ‘꽃이 아름답기는…

피라미드 신드럼

피라미드로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크라머의 화두에 마테른은 “태초에 물이 있었다.”로 화답했다. 에른스트 크라머가 <시인의 정원>을 발표한 이듬해 독일 데트몰트 시에도 피라미드가 나타났다. 독일 20세기 최고 조경가로 이름을 남기게 될 헤르만 마테른이 크라머가 던진 물음에 바로 화답한 것이다. 데트몰드 현의 정부 청사를 새로 짓게 되었다. 건축가 비에르징이 ㄷ자 건물을 비대칭형으로 비스듬히 세웠다. 헤르만 마테른은 ㄷ자 건물 배치로…

파리의 보주 광장 정원

파리의 보주 광장 정원 Place des Vosges côte jardin 컴퓨터 바탕 화면을 정리하다가 거기 저장해 둔 사진 한 장을 보고 한참 생각했다. 내가 이 사진을 왜 바탕 화면에 저장했을까. 어딘가 손쉽게 쓰려고 그랬겠지. 파리의 보주 광장을 찍은 사진이었다. 이 광장에 얽힌 사연이 먼저 떠 올랐다. 2004년도 5월에 파리에 갔을 때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이었다. 마음에…

수퍼킬렌 NOW

내게 건축학을 공부하는 대녀代女가 있다. 대모를 잘 둔 탓인지^^ 에라스무스 장학금을 받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에서 일 년 공부하고 돌아왔다. 그때 용돈과 함께 가거든 수퍼킬렌에 다녀오라는 것과 간 김에 사진 몇 장 찍어서 보내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가는 날 비가 내렸다 개었다고 한다. 성실하게도 사진을 보내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 ‘수퍼킬렌’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조성된 ‘쐐기’…

여행의 재구성 – 알람브라

오늘, 내 네이버 블로그에 이슬람 정원 기행을 쓰기 시작했다. ⇒ 이슬람 정원 기행 1  네이버 블로그를 가장 먼저 시작했으니 애착이 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한 동안 쓰지 못했더니 블로그를 임대하라는 광고가 매일 벌떼같이 달려들기에 방어도 할 겸 다시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임대해서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문의 메일이나 쪽지의 숫자로…

큐가든의 파고다, 알람브라, 모스크

영국 런던 템스 강가에 자리잡은 왕립 식물원 큐가든에는 중국풍의 파고다가 하나 서 있다. 1762년에 왕실건축가 윌리엄 챔버스 경 Sir William Chambers이 디자인한 것이다. 당시에는 파고다 뿐 아니라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축소판과 작은 모스크도 주변에 서 있었다고 한다. 인기가 대단해서 여기저기서 모방했다는데, 동시대의 평론가들은 “1 헥타르 안에 세계문화를 수집해 놓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렇게 건축으로서의 용도보다는 정원의…

독일 조경계 여장군 헤르타 함머바허 탄생일을 맞아

#16 장면 – <개인의 발견과 미래의 정원>에서는 헤르타 함머박허Herta Hammerbacher(1900-1985)에 대한 이야기를 자재하고 그의 작품사진만 한 장 실었다. 헤르타 함머박허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학위 논문을 썼기 때문에 내겐 각별한 인물이어서 더 자제했던 것일지도. 1900년 12월 2일에 태어나 1985년 5월 25일 사망한 헤르타 함머바허 교수(이하 헤르타)는 20세기 독일 조경계를 이끌어 간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여성들이…

북토크 여자 둘, 남자 둘의 수다스런 책 읽기

그 사이 한국에 토크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그룹한 갤러리)이 가득 찼다. 고맙게 와 주신 독자들께 좋은 시간을 선사했어야 하는데 내내 횡설수설했다는 느낌 밖에 없다. 워낙 순발력이 없는데다가 굳이 핑계를 대자면 어머니 상을 당해 급귀국했던 터라 제정신이 아니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질문들이 내게 제대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폴리

폴리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자,  <아가사 크리스티: 명탐정 포와로>를 보라 그 중에서 시리스 13, 에피소드 3 <죽은 자의 어리석음Dead Man’s Folly>이 적합해 보인다. 폴리가 거의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폴리는 정원에 세워 둔 작은 신전 형태의 건축물을 말한다. 특별한 용도 없이 장식용으로 세운 것이다. 풍경화식 정원에서 유래했다. 그저 숲만 있는 것보다 숲속에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