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 칼 푀르스터와 이집트 정원

파라다이스에서 왜 쫓겨난 줄 알아? 얼마 전에 독일 동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네? 칼 푀르스터가 꽃에 대해서만 얘기했냐고요? 혹시 나무에 대해서도 뭔가 얘기한 것이 없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아~ 물론 있지요. 오래 된 나무에 대해서 쓴 글도 있고 숲에 대해서 쓴 것도 있고요. 그런데 일화가 하나 있기는 한데. 말년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답니다. ‘꽃이 아름답기는…

여행의 재구성 – 알람브라

오늘, 내 네이버 블로그에 이슬람 정원 기행을 쓰기 시작했다. ⇒ 이슬람 정원 기행 1  네이버 블로그를 가장 먼저 시작했으니 애착이 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한 동안 쓰지 못했더니 블로그를 임대하라는 광고가 매일 벌떼같이 달려들기에 방어도 할 겸 다시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임대해서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문의 메일이나 쪽지의 숫자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폴리

폴리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자,  <아가사 크리스티: 명탐정 포와로>를 보라 그 중에서 시리스 13, 에피소드 3 <죽은 자의 어리석음Dead Man’s Folly>이 적합해 보인다. 폴리가 거의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폴리는 정원에 세워 둔 작은 신전 형태의 건축물을 말한다. 특별한 용도 없이 장식용으로 세운 것이다. 풍경화식 정원에서 유래했다. 그저 숲만 있는 것보다 숲속에 작은…

고대 서적의 행방을 찾아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다시 되살아나게 하면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고들 한다. 그 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일단 사라졌었다는 뜻이 된다. 중세는 기독교 문화가 지배했던 시대였으므로 고대의 문화가 스러졌음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많던 고대 시인들, 극작가들, 철학자들의 서적들이 사라지게 된 경위도, 그러다가 다시 발견하게 된 경위도 매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르네상스 정원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루아르 강변에 성이 많은 이유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는 루아르 강변의 기름진 땅은 오래 전부터 농경문화를 꽃피게 했다. 북으로는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곡창을 이루고 남으로는 깊은 숲이 있어 왕과 귀족들이 사냥하기에 매우 좋았다. 강변의 촉촉한 땅은 가축이 풀을 뜯는 목초지로 알맞았고 채소와 약초를 기르기에 적합했으며 사면에서는 포도나무가 자랐다. 농경문화가 지배했던 중세에 이런 땅을 서로 차지하려 했음은 당연했다. 10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백작들의…

윌리엄 로빈슨의 몽소 정원 탐방기

1799년 몽소 정원(당시엔 공원이아니라 개인 소유였으므로)을 디자인하고 시공을 진두지휘했던 전천후 예술가 루이 까르몽뗄 Luis Carmontelle (1717-1806)은 사람들이 “와아~  영국식 정원이네” 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정원 입구에 “이건 영국정원이 아님”이라는 팻말까지 세워놓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관람객들아 찾아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까르몽뗄 사후 70년이 지난 1867년, 영국의 정원 저널리스트 중에서 실날하기로 정평난 윌리엄 로빈슨이 나타났다….

르푸소아르 Repoussoir

“Her Majesty Theatre London” Thomas Rowlandson 그림 1809년. 헨델의 시대는 갔지만 극장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극장의 객석배치로부터 무대장치까지 하나의 “르푸소아르 Repoussoir” 효과로 묶었다. 바로 저런 무대장치에서 영감을 얻어 풍경화식 정원의 장면들을 만들었다. 르푸소아르는 스타파주처럼 장면 속에 인물이나 사물을 배치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원근감을 강조하고 그림에 틀을 만들기 위해 전경에 크게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예전에는…

마리 앙투와네트와 장미 그리고 세 명의 화가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작은 장미 부케를 들고 있는 초상화가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 (Élisabeth Vigée-Le Brun, 1755 – 1842)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당시 드물게 보던 여류화가였다. 재주가 출중하여 프랑스 왕실 화가로 일하며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의 총애를 받았었다. 그녀가 그린 왕비와 왕실 가족들의 초상화가 여러 점 전해진다. 그 중…

파에스툼의 장미

시인이 던진 세 글자가 얼마나 크고 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고대 로마의 시성 베르길리우스가 쓴  농경시 Georgica 중 한 구절이 바로 그 케이스다.  그는 파에스툼의 정원에서 자라는 장미를 칭송했다. 일년에 두 번씩 꽃이 핀다면서. “biferique rosaria Paesti” [1]Vergilius, Georgica, 8장 4절 119행 .  이 세 글자는 이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파에스툼의 장미를 찾아서 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