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신드럼

피라미드로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크라머의 화두에 마테른은 “태초에 물이 있었다.”로 화답했다. 에른스트 크라머가 <시인의 정원>을 발표한 이듬해 독일 데트몰트 시에도 피라미드가 나타났다. 독일 20세기 최고 조경가로 이름을 남기게 될 헤르만 마테른이 크라머가 던진 물음에 바로 화답한 것이다. 데트몰드 현의 정부 청사를 새로 짓게 되었다. 건축가 비에르징이 ㄷ자 건물을 비대칭형으로 비스듬히 세웠다. 헤르만 마테른은 ㄷ자 건물 배치로…

여행의 재구성 – 알람브라

오늘, 내 네이버 블로그에 이슬람 정원 기행을 쓰기 시작했다. ⇒ 이슬람 정원 기행 1  네이버 블로그를 가장 먼저 시작했으니 애착이 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한 동안 쓰지 못했더니 블로그를 임대하라는 광고가 매일 벌떼같이 달려들기에 방어도 할 겸 다시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임대해서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문의 메일이나 쪽지의 숫자로…

큐가든의 파고다, 알람브라, 모스크

영국 런던 템스 강가에 자리잡은 왕립 식물원 큐가든에는 중국풍의 파고다가 하나 서 있다. 1762년에 왕실건축가 윌리엄 챔버스 경 Sir William Chambers이 디자인한 것이다. 당시에는 파고다 뿐 아니라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축소판과 작은 모스크도 주변에 서 있었다고 한다. 인기가 대단해서 여기저기서 모방했다는데, 동시대의 평론가들은 “1 헥타르 안에 세계문화를 수집해 놓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렇게 건축으로서의 용도보다는 정원의…

독일 조경계 여장군 헤르타 함머바허 탄생일을 맞아

#16 장면 – <개인의 발견과 미래의 정원>에서는 헤르타 함머박허Herta Hammerbacher(1900-1985)에 대한 이야기를 자재하고 그의 작품사진만 한 장 실었다. 헤르타 함머박허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학위 논문을 썼기 때문에 내겐 각별한 인물이어서 더 자제했던 것일지도. 1900년 12월 2일에 태어나 1985년 5월 25일 사망한 헤르타 함머바허 교수(이하 헤르타)는 20세기 독일 조경계를 이끌어 간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여성들이…

북토크 여자 둘, 남자 둘의 수다스런 책 읽기

그 사이 한국에 토크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그룹한 갤러리)이 가득 찼다. 고맙게 와 주신 독자들께 좋은 시간을 선사했어야 하는데 내내 횡설수설했다는 느낌 밖에 없다. 워낙 순발력이 없는데다가 굳이 핑계를 대자면 어머니 상을 당해 급귀국했던 터라 제정신이 아니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질문들이 내게 제대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폴리

폴리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자,  <아가사 크리스티: 명탐정 포와로>를 보라 그 중에서 시리스 13, 에피소드 3 <죽은 자의 어리석음Dead Man’s Folly>이 적합해 보인다. 폴리가 거의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폴리는 정원에 세워 둔 작은 신전 형태의 건축물을 말한다. 특별한 용도 없이 장식용으로 세운 것이다. 풍경화식 정원에서 유래했다. 그저 숲만 있는 것보다 숲속에 작은…

고대 서적의 행방을 찾아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다시 되살아나게 하면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고들 한다. 그 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일단 사라졌었다는 뜻이 된다. 중세는 기독교 문화가 지배했던 시대였으므로 고대의 문화가 스러졌음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많던 고대 시인들, 극작가들, 철학자들의 서적들이 사라지게 된 경위도, 그러다가 다시 발견하게 된 경위도 매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르네상스 정원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루아르 강변에 성이 많은 이유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는 루아르 강변의 기름진 땅은 오래 전부터 농경문화를 꽃피게 했다. 북으로는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곡창을 이루고 남으로는 깊은 숲이 있어 왕과 귀족들이 사냥하기에 매우 좋았다. 강변의 촉촉한 땅은 가축이 풀을 뜯는 목초지로 알맞았고 채소와 약초를 기르기에 적합했으며 사면에서는 포도나무가 자랐다. 농경문화가 지배했던 중세에 이런 땅을 서로 차지하려 했음은 당연했다. 10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백작들의…

몬티첼로의 살인

노예 제도가 던진 긴 그림자 몬티첼로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소유했던 장원이다. 제퍼슨은  1000 헥타르가 넘는 산을 소유했었는데 그 중턱에 이태리 풍의 근사한 저택을 짓고 이를 몬티첼로라 불렀다. 그는 농장주로서수백 명의 노예도 소유했었다. 토머스 제퍼슨이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조사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독일 쪽 언론이 좋아 할 테마여서 독일 인터넷에 제퍼슨을 입력하면 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