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첼로의 살인

노예 제도가 던진 긴 그림자

Murder at Monticello_Rita_Mae_Brown_1995
Rita Mae Brown의 몬티첼로 살인사건 표지 1995

몬티첼로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소유했던 장원이다. 제퍼슨은  1000 헥타르가 넘는 산을 소유했었는데 그 중턱에 이태리 풍의 근사한 저택을 짓고 이를 몬티첼로라 불렀다.

그는 농장주로서수백 명의 노예도 소유했었다. 토머스 제퍼슨이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조사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독일 쪽 언론이 좋아 할 테마여서 독일 인터넷에 제퍼슨을 입력하면 우선 노예 기사부터 뜬다.

그러다가 <몬티첼로의 살인> 이라는 추리소설을 만났다.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지금도 거기서 살고 있는 Rita Mae Brown이 썼다. 몬티첼로의 노예 문제를 다룬데다가 ”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책 소개를 읽고 당장 주문했다.

우선 작가가 버지니아 주 출신이라는 점에 신뢰가 갔다. 게다가 제퍼슨의 몬티첼로 농장 가까운 곳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작가는 제퍼슨을 “독립선언문을 썼고, 미국의 건축과 라이프스타일의 수준을 높였으며 대통령을 역임했고 나라를 발전시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인명 사전에 써있는 공식적인 설명 외에 미국인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선 궁금했고 이로써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인데 몬티첼로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제퍼슨의 후예들, 조금이라도 제퍼슨의 피가 섞여 있거나 사돈의 팔촌에서 파생되었더라도 제퍼슨의 후예라는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는 사실이다.

귀족 신분 제도가 없는 없는 미국에서 제퍼슨의 후예라는 사실은 귀족의 작위와 다름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버지니아 주민들이 노예 문제에 대해선 지금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흥미롭다.


스토리

구성이 좀 복잡하다. 추리 소설이니 당연히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2백 년 전의 살인 사건과 현재의 살인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1990년대 중반, 고고학자들이 몬티첼로 농장의 노예숙소구역을 발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자 노예의 숙소 구들장 밑에서 유골이 한 구 발굴되었다. 발굴 현장에서 유골이 발견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당시에 노예들도 죽으면 묘지에 묻혔으므로 방구들 밑에서 해골이 나왔다는 것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1800년대 초, 즉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에 취임했던 시기에 살해당한 남자임이 밝혀졌다.

살해 당한 남자가 과연 누구였을까. 왜 살해 당했을까. 왜 여자 숙소 밑에 묻었을까. 누가 죽였을까를 풀어나가는 동안, 수사에 관련된 인물들 세 명이 연달아 살해 당한다.

그런데 형사도 탐정도 아니고 고양이 “미시즈 머피” 여사가 애견 “티 턱커” 군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

동물들은 사람들이 미처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민감하게 느끼고 사람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갈 수 있다. 가장 편리한 것은 아무도 이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덕에 마음 놓고 사건 현장을 휘젓고 다닐 수 있다. 이웃집의 수저가 몇 개인지도 다 아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미시즈 머피와 티 턱커 군을 모르는 주민이 없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물론 제퍼슨 시대의 노예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그 시대의 노예 문제가 지금까지도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사실이 내게 흥미로웠다. 제퍼슨은 노예 외에도 사돈의 팔촌까지 엄청나게 많은 식솔을 거느리고 살았다. 그들의 대부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제퍼슨의 장인도 흑인 여인을 정부를 취했고 제퍼슨의 처남도, 사촌도 조카도 모두 흑인 여인들을 정부로 삼았다. 제퍼슨 역시 흑인 여자 노예와의 사이에 6명의 자녀를 가졌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 무근임이 밝혀졌다. 실은 그의 처남이 그랬는데 제퍼슨이 오명을 대신 썼다. 그는 일을 시끄럽게 하지 않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흑인 노예 중 제퍼슨의 딸 마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 ” 이라고 표현한 여인이 있었다. 그렇게 미모가 출중하다 보니 치정 사건에 얽혔고 그것이 급기야 살인으로 번졌다는 스토리이다. 아리따운 흑인 노예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살인 사건은 Rita Mae Brown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런데 왜 2백년 전 유골을 조사하던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되었을까. 그 살해 동기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노예와 주인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났고 그들이 또 자손을 낳고, 그들이 다시 자손을 낳고 하는 사이, 1990년대 즈음에는 겉으로 보면 백인이 틀림없는데 피검사를 해보면 흑인의 피가 20분의 1정도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여 극비에 붙이고 있다. 알고보니 살인범은 20분의 1 정도 흑인의 피가 섞인 남자와 결혼한 여자이고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질까 두려워 저지른 범죄였다. 흑인의 피가 20분의 1정도 섞인 그녀의 남편은 제퍼슨의 후예로서 엄청난 재산가였으며 곧 상원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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