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 칼 푀르스터와 이집트 정원

파라다이스에서 왜 쫓겨난 줄 알아? 얼마 전에 독일 동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네? 칼 푀르스터가 꽃에 대해서만 얘기했냐고요? 혹시 나무에 대해서도 뭔가 얘기한 것이 없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아~ 물론 있지요. 오래 된 나무에 대해서 쓴 글도 있고 숲에 대해서 쓴 것도 있고요. 그런데 일화가 하나 있기는 한데. 말년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답니다. ‘꽃이 아름답기는…

윌리엄 로빈슨의 몽소 정원 탐방기

1799년 몽소 정원(당시엔 공원이아니라 개인 소유였으므로)을 디자인하고 시공을 진두지휘했던 전천후 예술가 루이 까르몽뗄 Luis Carmontelle (1717-1806)은 사람들이 “와아~  영국식 정원이네” 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정원 입구에 “이건 영국정원이 아님”이라는 팻말까지 세워놓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관람객들아 찾아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까르몽뗄 사후 70년이 지난 1867년, 영국의 정원 저널리스트 중에서 실날하기로 정평난 윌리엄 로빈슨이 나타났다….

모네의 초기 정원과 초원의 꿈에 대하여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을 창시한 클로드 모네 Claude Oscar Monet (1840-1926)는 “그림과 정원”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고흐나 고갱처럼 방황하지 않고 처음부터 풍경화가가 되기를 원했고 풍경화가가 되었다.  마치 직장인들이 출퇴근 하듯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아틀리에 혹은 야외로 출근하여 그림을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 고지식한 인간이기도 했다. 그가 남겨놓은 엄청난 숫자의 풍경과 정원…

“장미 황후” 조제핀과 노예제도

프랑스 황후에게 인도주의적 양심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대리석 같은 미모로 천하의 나폴레옹을 사로잡았던 여인,  사치와 낭비가 심하여 아들에게 산더미 같은 빚을 물려준 어머니[1]조제핀은 후세를 낳지 못하여 결국 이혼당하지만 첫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과 딸이 있었다.. 노예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 뿐 아니라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이미 폐지된 노예제도를 되살리게 한 인물[2]Novy 2013. 그럼에도 백성들은 그녀를 “장미…

마리 앙투와네트와 장미 그리고 세 명의 화가

비운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작은 장미 부케를 들고 있는 초상화가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 (Élisabeth Vigée-Le Brun, 1755 – 1842)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당시 드물게 보던 여류화가였다. 재주가 출중하여 프랑스 왕실 화가로 일하며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의 총애를 받았었다. 그녀가 그린 왕비와 왕실 가족들의 초상화가 여러 점 전해진다. 그 중…

장미는 장미는 장미는 장미다.

미국의 여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 Gertrude Stein (1874-1946)의 유명한 문장이다. 1913년에 짓고 1922년에 발표한 “신성한 에밀리 Sacred Emily”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고대로부터 시인과 문장가들이 장미에 대해 수없는 글을 남겼지만 거트루드 스타인의 “장미는 장미는 장미는 장미다.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 만큼 유명한 것은 없지 싶다. 무슨 뜻일까. 나 역시 고민해…

파티션에 대한 기억과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첫 장면, 에른스트 크라머의 시인의 정원 – 에 이미 피라미드가 등장했었다. 풍경화식 정원의 퓌클러 공의 묘도 피라미드 모양으로 축조되었다. 그럼에도 여태 피라미드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왔다. 피라미드 얘기를 시작하면 이집트로 귀결될 것이므로 이집트 순서가 오면 그 때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사실 피라미드에 얽힌 그 많은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갈지도 난감했다. 피라미드와의 씨름은 피하고 싶은 쓴 잔이었다….

팔라디오가 대체 누구였기에…

영국 풍경화식 정원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안드레아 팔라디오 Andrea Palladio (1508-1580)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건축과 정원이 항상 짝을 지어왔으니 건축가의 이름을 접하는 건 물론 당연한 일인데 팔라디오의 경우엔 여기서도 팔라디오 저기서도 팔라디오 오로지 팔라디오였다. 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 건축가였던 팔라디오가 18세기 영국에서 그리 명성을 떨치게 된 사연을 얘기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래서 그 준비를…

몬티첼로의 살인

노예 제도가 던진 긴 그림자 몬티첼로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소유했던 장원이다. 제퍼슨은  1000 헥타르가 넘는 산을 소유했었는데 그 중턱에 이태리 풍의 근사한 저택을 짓고 이를 몬티첼로라 불렀다. 그는 농장주로서수백 명의 노예도 소유했었다. 토머스 제퍼슨이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조사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독일 쪽 언론이 좋아 할 테마여서 독일 인터넷에 제퍼슨을 입력하면 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