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몬티첼로의 살인

Murder at Monticello_Rita_Mae_Brown_1995

Rita Mae Brown의 몬티첼로 살인사건 표지 1995

몬티첼로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소유했던 장원이다. 제퍼슨은  1000 헥타르가 넘는 산을 소유했었는데 그 중턱에 이태리 풍의 근사한 저택을 짓고 이를 몬티첼로라 불렀다.

그는 농장주로서수백 명의 노예도 소유했었다. 작년에 페넬러피 홉하우스 Penelope Hobhouse 여사의 저서 »식물이 기록한 조경사 Plants in Garden History« 국어판 해설서를 쓰면서 토머스 제퍼슨이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홉하우스 여사는 몬티첼로 농장을 소개하면서 그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좀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다. 나 역시 토머스 제퍼슨에 대해 조사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었다. 독일 쪽 언론이 좋아 할 테마여서 독일 인터넷에 제퍼슨을 입력하면 우선 노예기사부터 뜬다.

그러다가 몬티첼로의 살인 이라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지금도 거기서 살고 있는 Rita Mae Brown이 쓴 추리소설인데 몬티첼로의 노예숙소 발굴현장을 무대로 삼은데다가 영리한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책 소개를 읽고 당장 주문했다.

암튼 작가가 버지니아 주 출신이라는 점이 우선 신뢰가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퍼슨의 몬티첼로 농장이 있는 앨버말 카운티의 크로제에서 살고 있다. 몬티첼로의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으므로 생생한 현지의 분위기를 전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작가는 제퍼슨을 “독립선언문을 썼고, 미국의 건축과 라이프스타일의 수준을 높였으며 대통령을 역임했고 나라를 발전시킨 인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명사전에 써있는 공식적인 설명 외에 미국인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우선 궁금했고 이로써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셈이다.

각설하고, 소설의 스토리는 대충 이렇게 진행된다:

1990년대 중반, 고고학자들이 몬티첼로 농장의 노예숙소구역 발굴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느 여자 노예의 숙소 방구들 아래에서 유골이 한 구 발굴되었다. 발굴현장에서 유골이 발견되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당시에 노예들도 죽으면 묘지에 묻혔으므로 방구들 밑에서 해골이 나왔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사실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1800년대 초, 즉 토머스 제퍼슨이 대통령에 취임하던 해에 살해당한 남자임이 밝혀졌다.

살해당한 남자가 과연 누구였을까. 왜 살해당했을까. 누가 죽였을까를 풀어나가는 동안, 관련 인물들 세 명이 연달아 살해당한다.

사건을 풀어 내는 주인공은 우체국에서 일하는 버지니아주 본토백이 여인과 그녀의 고양이 미시즈 머피 그리고 코기견 티턱커 군이다. 동물들은 사람들이 미처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민감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아무도 이들에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마음놓고 사건현장을 휘젓고 다닐 수 있다. 이웃집의 수저가 몇 개인지도 다 아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미시즈 머피와 티 턱커 군을 모르는 주민이 없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물론 제퍼슨 시대, 노예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다. 제퍼슨은 노예 외에도 사돈의 팔촌까지 엄청나게 많은 식솔을 거느리고 살았다. 그들의 대부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제퍼슨의 장인도 흑인 여인을 정부를 취했고 제퍼슨의 처남도, 사촌도 조카도 모두 흑인 여인들을 정부로 삼았다. 제퍼슨 역시 흑인 여자 노예와의 사이에 6명의 자녀를 가졌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 무근이라고 한다. 정적이 퍼뜨린 소문이란다. 실은 그의 처남 얘기인데 제퍼슨은 일을 시끄럽게 하지 않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흑인 노예 중 제퍼슨의 딸 마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 ” 이라고 표현한 여인이 있었다. 그렇게 미모가 출중하다 보니 치정 사건에 얽혔고 그것이 급기야는 살인으로 번졌다는 스토리이다. 아리따운 흑인 노예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살인 사건은 Rita Mae Brown의 상상력이 보태진 거였다.

그런데 왜 2백년 전 유골을 조사하던 사람들이 세 명이나 살해되었을까. 그 살해 동기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노예와 주인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났고 그들이 또 자손을 낳고, 그들이 다시 자손을 낳고 하는 사이, 1990년대 즈음에는 겉으로 보면 백인이 틀림없는데 피검사를 해보면 흑인의 피가 20분의 1정도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여 극비에 붙이고 있다. 알고보니 살인범은 20분의 1 정도 흑인의 피가 섞인 남자와 결혼한 여자이고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질까 두려워 저지른 범죄였다. 흑인의 피가 20분의 1정도 섞인 그녀의 남편은 제퍼슨의 후예로서 엄청난 재산가였으며 곧 상원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이었다.

몬티첼로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제퍼슨의 후예들, 조금치라도 제퍼슨의 피가 섞여 있다거나 사돈의 팔촌에서 파생되었더라도 제퍼슨의 후예라는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는 사실. 귀족층을 가져 본 적이 없는 미국에서 제퍼슨의 후예라는 사실은 귀족의 작위와 다름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노예문제에 대해선 지금도 버지니아 주민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물론 이 추리소설은 몬티첼로 농장을 배경으로 하여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외에 조경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다. 미국의 3대 대통령,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한 자, 토머스 제퍼슨은 적어도 버지니아 주에서는 몹시 추앙되고 있는 인물이다. 몬티첼로의 성인이라 불린다고 한다. 나의 관심사는 물론 그의 몬티첼로 농장이다. 몬티첼로 농장은 미국에 처음으로 영국풍의 풍경화식 정원을 도입한 사례로 인정되고 있다. 농장과 정원이 공존하는 장식농장ferme ornée의 개념이다. 본래 권력형 인간에 대해 도통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토머스 제퍼슨에게 관심이 간 것은 바로 그의 이런 커다란 모순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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